
서론: 조용한 경고, 파킨슨병의 시작
파킨슨병은 중뇌의 흑질에 분포하는 도파민 신경세포가 점차 소실되면서 발생하는 퇴행성 뇌 질환입니다. 흔히 심한 손떨림이나 보행 장애와 같은 명확한 증상이 나타나야 인지하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 파킨슨병은 아주 서서히, 그리고 조용히 시작됩니다. 많은 환자들이 병이 상당 부분 진행된 후에야 진단을 받게 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따라서 오늘은 우리가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파킨슨병 초기증상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 조기 발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합니다. 이러한 초기 신호들을 미리 알아두는 것만으로도 병의 진행을 늦추고 삶의 질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파킨슨병 초기증상: 운동 기능의 변화
파킨슨병은 주로 운동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초기에는 증상이 미미하고 몸의 한쪽에서 먼저 시작되는 경우가 많아 알아차리기 어렵습니다.
1. 가만히 있을 때 나타나는 떨림 (안정 시 진전)

파킨슨병의 가장 잘 알려진 증상은 떨림입니다. 하지만 모든 떨림이 파킨슨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파킨슨병의 특징적인 떨림은 힘을 빼고 가만히 있을 때, 예를 들어 무릎 위에 손을 올려놓고 있거나 걸을 때 팔을 늘어뜨리고 있을 때 나타나는 '안정 시 진전'입니다. 마치 손으로 알약을 굴리는 듯한 모양의 떨림이 나타나기도 하며, 초기에는 한쪽 손가락이나 손에서 미세하게 시작되어 점차 뚜렷해집니다. 신기하게도 특정 행동을 하려고 하면 떨림이 줄어들거나 사라지는 특징을 보입니다.
2. 이유 없이 느려지는 행동 (서동증)
'서동증' 또는 '운동 완만'은 파킨슨병의 핵심적인 초기증상 중 하나로, 모든 행동이 전반적으로 느려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아침에 일어나 옷을 입거나 세수하는 등의 일상적인 활동에 예전보다 시간이 더 오래 걸리고, 걸을 때 팔의 흔들림이 자연스럽지 않고 한쪽 팔만 흔들지 않는 등의 변화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환자 본인은 힘이 없거나 기운이 없다고 느끼기 쉬워 노화나 피로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3. 뻣뻣해지는 몸 (근육 강직)
근육 강직은 근육의 긴장도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하여 몸이 뻣뻣해지는 증상입니다. 다른 사람이 환자의 팔이나 다리를 움직여보면 마치 톱니바퀴를 돌리는 것처럼 삐걱거리는 저항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목이나 어깨, 허리 등에 지속적인 통증이나 불편함을 느끼게 되며, 많은 환자들이 처음에는 정형외과나 통증의학과를 찾기도 합니다.
4. 나도 모르게 작아지는 글씨 (소자증)

글씨를 쓸 때 처음에는 정상적인 크기로 시작했다가 뒤로 갈수록 글씨가 점점 작아지고 알아보기 힘들어지는 '소자증' 역시 특징적인 파킨슨병 초기증상입니다. 이는 손의 미세한 근육 조절 능력이 저하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본인도 모르게 글씨체가 변했다면 한 번쯤 의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비운동성 초기증상
최근 연구에 따르면 운동 증상이 나타나기 수년 전부터 비운동성 증상이 먼저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이러한 증상들은 파킨슨병과의 연관성을 떠올리기 어려워 간과하기 쉽습니다.
비운동성 초기증상 | 주요 특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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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각 소실 | 특정 냄새(음식, 꽃 등)를 이전처럼 잘 맡지 못하게 됨 |
렘수면 행동장애 | 꿈 내용을 그대로 행동으로 옮겨 소리를 지르거나 팔다리를 휘젓는 증상 |
만성 변비 | 다른 특별한 원인 없이 수년간 변비가 지속됨 |
우울감 및 무표정 | 이유 없는 우울감, 불안감, 무기력함이 지속되고 얼굴 표정이 줄어듦 |
1. 냄새를 맡지 못하는 후각 소실
이유 없이 후각 기능이 떨어지는 것은 매우 중요한 파킨슨병의 전조 증상일 수 있습니다. 많은 파킨슨병 환자들이 운동 증상이 나타나기 약 4~6년 전부터 후각 저하를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감기나 비염과 같은 특별한 원인 없이 좋아하는 음식 냄새나 향수 냄새를 잘 맡지 못하게 되었다면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2. 깊은 잠을 방해하는 수면 장애

특히 '렘수면 행동장애'는 파킨슨병의 매우 강력한 예측 인자 중 하나입니다. 정상적인 렘수면 단계에서는 우리 몸의 근육이 이완되어 꿈의 내용을 행동으로 옮기지 않지만, 이 장애가 있으면 꿈에서 하는 행동(예: 싸우거나 도망치는)을 현실에서 그대로 따라 하게 됩니다. 잠꼬대가 심해지거나, 자면서 소리를 지르고 주먹을 휘두르는 등의 행동으로 인해 옆에서 자는 사람을 다치게 할 수도 있습니다.
파킨슨병 초기증상이 의심된다면?
위에 언급된 증상 중 한두 가지가 해당된다고 해서 모두 파킨슨병인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여러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나거나,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심해진다면 반드시 신경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파킨슨병은 임상 증상을 바탕으로 진단하므로, 전문의의 정확한 문진과 신경학적 검사가 필수적입니다. 필요에 따라 도파민 운반체 영상(FP-CIT PET)과 같은 뇌 영상 검사를 통해 진단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조기에 진단받고 약물 치료와 운동 요법을 병행하면 증상을 효과적으로 조절하고 병의 진행을 늦출 수 있습니다. 따라서 "나이 탓이겠지"라고 가볍게 넘기지 말고,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에 귀를 기울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결론: 작은 변화에 대한 관심이 중요합니다
파킨슨병 초기증상은 매우 미묘하여 알아차리기 어렵습니다. 손떨림, 느린 행동과 같은 운동 증상뿐만 아니라 후각 저하, 수면 장애, 변비와 같은 비운동성 증상 역시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전과 다른 내 몸의 변화를 민감하게 인지하고, 의심스러운 증상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신경과를 방문하여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입니다. 조기 발견과 적극적인 관리를 통해 건강하고 활기찬 일상을 더 오래 유지할 수 있음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